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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매달린 그대를 위하여 - 딜레마

close up of miniature people with social network diagram on open notebook on wooden desk as social media concept

 '인생 2막'이라는 일생일대의 거대한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곧 닥쳐올 거친 세상이 만만치 않은 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개중에는 이를 흥미진진한 모험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이니 걱정할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두렵고 떨린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직에서 오래 버텨보려고 벼랑 끝에서 아등바등 거리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딜레마가 시작된다.

산업화 이후 개인들은 조직이라는 시스템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조직이 우선이고 개인은 그 다음 순서로 밀렸으며 조직이 개인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기도 한다. 개인은 그 자체로 가장 소중한 인간이건만, 스스로 만든 조직이라는 시스템에 지배 당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개인은 조직에 들어 서는 순간, 조직이 제시한 룰에 의해 경쟁하게 된다. 룰 메이커는 조직이지 개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경쟁의 대가로 조직으로부터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는다.

그러한 조직의 룰에 복종하고, 조직이 제공하는 부와 명예, 권력에 중독될수록 개인은 점점 조직에 의존하고 종국에는 조직에 녹아 들게 된다. 사유재산 제도에 의해 ‘부‘는 개인의 것이 될지 몰라도, 명예와 권력은 조직이 허용할 때까지만 개인의 것이다.

점점 한 개인으로서 인간은 사라지고 조직인으로서 인간만이 남는다. 결국 인간은 조직 없이는 살기 어려운 ‘조직인’으로 변해가고, 대부분의 삶이 조직이라는 시스템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개인으로서의 행복한 삶보다는 조직인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행복의 차이 조차 모르게 된다.

현대인들은 바로 그런 조직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한 때 많은 사람들을 조직이 평생 수용해 줄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기에는 사실 조직인이 곧 가장 모범적인 인간으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상대적으로 높여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자본주의 속성상, 모든 조직은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에 맹목적으로 매달렸다.

그 결과 생산성과 효율성의 극적인 향상이 이루어졌지만 대신, 그것들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공헌한 개인들은 더 이상 조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제 조직인들이 조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평균적인 시간들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결국 어느 때가 되면 누구나 조직인의 때를 벗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바깥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그것을 우리는 명예퇴직이라고 한다. 무엇이 명예스러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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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얘기처럼 듣는다.

‘물론 얼마 전에 주변 사람들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을 지켜 보기는 했지만 그들은 단지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던가? 세상이 변하는 데 거기에 맞춰 필요한 스펙이나 인맥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은가. 그러니 나처럼 열심히 변하는 세상의 첨단에 맞추어 필요한 역량이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게 명예퇴직이란 남의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팩트체크를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합리적 결론이 자신이 믿고 있는 생각과 모순되면 자신의 생각을 더욱 고수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팩트만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이 명예퇴직을 해도 당장 자신에게 일이 닥치기 전에는 항상 자신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누군가 무작위적으로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면, 사람들은 그 피해자가 어두운 밤길을 돌아 다녔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 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도 무방비 상태에서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인정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자신의 책상 위에 ‘명예퇴직 신청서‘가 놓이게 되면 그 때는 눈 앞이 캄캄해지게 된다. 아직 조직에 중독된 상태인데 안락한 ‘조직인’에서 거친 허허벌판의 ‘개인’ 이 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요즘은 대체로 빠르면 40대 초반, 늦어도 50대 후반에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인생 2막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 2막이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삶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년의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인생 2막이 시 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보다 신랄하게 말하자면 적어도 내가 얘기하는 인생 2막이란 ‘조직’이라고 하는 안락함 에서 ‘세상’이라고 하는 거칠고 위험한 곳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Electrical outlet reflected in floodwater in office

'인생 2막'이라는 일생일대의 거대한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곧 닥쳐올 거친 세상이 만만치 않은 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개중에는 이를 흥미진진한 모험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이니 걱정할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두렵고 떨린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직에서 오래 버텨보려고 벼랑 끝에서 아등바등 거리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딜레마가 시작된다.

이건호
퍼포마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대표. 이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전략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펑타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다양한 강연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마케팅, 4차산업혁명 대응 및 중국시장전략 등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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