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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가져야 ‘알아 볼 수 있다‘ (1)

Written by 이건호 | 19년 4월 28일

그러나 아무리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해도 기회가 왔을 때 정작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그러므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알아보는 능력'도 확신 못지 않게 필요하다. 살다 보면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오는 창발적 기회들이 많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 이를 통제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사람들은 미래의 목표에 온 신경이 집중해 있기 때문에 우연을 가장하고 찾아온 기회를 알아 보지 못한다.

뒤뜰에서 정신 없이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사람은 정 작 현관에서 행운의 여신이 노크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의 행운은 거기까지다. 진짜 행운의 여신은 기다리다 지쳐서 이웃집으로 가버렸을 테니 말이다.

자연의 섭리가 만들어 내는 창발적 기회를 어떻게 알아 볼 것인가? 이 길이 옳은지, 저 길이 옳은지 분기점에서 서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혜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선택의 분기점에서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남들이 많이 가는 길, 큰 길, 잘 알려진 길을 선택하기가 쉽다. 그러나 큰데다가 잘 알려지기까지 한 길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길은 금세 막히고 만다. 서로 먼저 가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길은 더욱 막힌다. 마치 추석이나 설날 귀향길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더 나아가 입시나 취업 상황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온 창발적 기회를 알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이 성공을 위해 추구하는 보편적인 길을 선택한다. 그러면 그 길은 경쟁이 치열해 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택해서 들어온 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외부환경 탓을 한다. ‘한국은 나라가 작아서 매사 경쟁이 치열하 고 또 금수저들이 모든 기회를 독식해서 흙수저들에겐 그야말로 ‘헬조선‘ 이다.’

하지만 나라가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중국도 남들이 다 가는 길은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자조 섞인 유머가 있다. ‘북경에 있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한 채 살려면, 농민은 당나라 때 부터 밭을 갈아야 하고, 노동자는 아편전쟁 때부터 일을 해야 하며, 일반 직장인은 50년간 일을 해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를 가나 남들을 따라 가는 길은 경쟁이 치열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치열한 경쟁에서 불행한 나날을 살고 있다면 그것은 외부환경 만의 탓은 아니다. 그런데도 외부환경만 탓하고 있으면 죽어도 그 헬조선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2017년 현재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B양은 고등학교 때 썩 공부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소위 명문대학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에는 들어 갈만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이 가는 길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중위권 대학을 간들 4년 내내 스펙 쌓느라 바쁠 것이고, 졸업 후에도 또 다시 취직을 위해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그런 삶의 패턴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 날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에 남아서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느냐, 아니면 낯선 타국인 몽골로 가서 불확실하지만 전혀 새로운 인생을 펼쳐 보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몽골에서 사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때 당시 그녀에게 몽골은 책에서만 봤지 그야말로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였다. 그녀는 과감하게 그 창발적 기회를 받아들였다. 어머니 일을 거들면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국립대학에서 영어로 수강할 수 있는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덕분에 영어도 열심히 익혔다.

졸업 후 그녀는 울란바토르에 있는 글로벌 호텔에서 영업매니저로서 경력을 쌓았다. 호텔에 손님들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그런 역할이 영업 매니저의 일이다. 당연히 한국 손님들이 그녀의 타깃이 되었다. 몽골에서 경력을 쌓은 그녀는 바로 이웃나라인 중국으로 관심을 돌렸다. 중국은 굉장한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이니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말이다. 마침 호텔 상사가 북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그 인연을 따라서 그녀도 북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또 다시 창발적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은 것이다. 처음에는 북경 근교에 있는 작은 호텔에 입사를 했지만 1년이 안돼서 북경 시내에 5성급 호텔의 영업매니저로 입성할 수 있었다.

호텔의 영업매니저라는 것이, 사실 외부에서 생각하듯이 그렇게 화려한 직업만은 아니다. 늘 화려한 호텔 안에서 일을 하고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기는 하지만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밤낮 없이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 그런 직업이다.

 

20대에는 젊은 혈기로 해낼 수 있 다지만 언제까지 영업 매니저에 머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호텔매니저를 그만 두고 다시 어머니가 있는 울란바토르로 돌아갔다. 거기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호텔 경영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이것도 창발적 기회라고 생각한다. 북경에서 다니던 호텔이 경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호텔이라 다른 지점으로 일터를 옮기면 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 택했다.

가끔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을 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단다. 어머니를 따라 몽골로 가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고향에서 그냥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더라면 그녀의 20대 중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지금 '헬조선'을 외치며 외부조건만을 탓하고 있지는 않다. 아마 그녀의 30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훌륭한 글로벌호텔경영자가 될 가능성 크지만, 그렇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던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남들과 같은 갈을 가면서 외부조건만을 탓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B양의 사례처럼 창발적 기회가 언제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창발적 기회를 인지하고 선택하기 전에 세상에 리스크가 없는 대안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대안이 있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대안을 받아 들이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대안이나 리스크는 있게 마련이다. 남들 다가는 큰 길로 가도 '치열한 경쟁'이라는 리스크가 있고, 자신을 찾아 온 창발적 기회를 따라가도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그러므로 ‘대안을 선택한다'는 것의 본질은 어찌 보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리스크를 선택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내가 감수할만한 리스크이냐를 판단할 때, 가장 좋은 기준은 바로 ‘가치’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가 창발적 기회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필수적 기준이 되어 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될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깜박이도 켜 지 않고 갑자기 훅 들어온‘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그 만큼 우리는 삶의 방향 없이, 아니면 잠시 잊어버리고 살아 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