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에너지로서 감정은 인간에게 행동을 부추긴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욕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활용했다. 이성적 사고는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성에 의존하다가는 경쟁자에게 먹이를 다 빼앗겨 버리거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에게 물려 죽기 십상이다. 원시의 환경에서는 특히나 느려터진 이성적 사고를 기다리기엔 모든 것이 순간적이었을 것이다.
반면 감정들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근육과 장기들에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어 느끼는 즉시 곧바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먹거나 싸우거나 도망치는 등의 반응이 모두 별다른 고민 없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령 육체가 열량이 필요할 때, 우리는 선택한 음식의 상대적인 열량이나 영양 따위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음식을 먹고 싶은 강렬한 느낌, 즉 허기만 있을 뿐이고, 그것을 먹고 나면 포만이라는 만족감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결국 우리의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먼저 감정을 통해 두뇌가 느끼게 하고 이 느낌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감정이 메마르게 되면 삶의 동력도 약하게 된다.
특히, 불운이 닥친 시기에 이러한 삶의 에너지가 더욱 절실하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기 위해 돈을 많이 모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거움, 호기심, 사랑 등 삶의 에너지를 풍부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 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두려움이나 증오심도 마찬가지로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증오심에 이를 갈며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드라마 주인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그런 것들은 부정적인 에너지이다. 삶에 동기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고 만다. 때로는 두려움이나 분노를 활용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그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유형의 에너지이건 에너지는 통제할 수 없으면 위험하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감정 에너지라도 통제되지 않는다면 원치 않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을 만들었다. 좋은 감정을 선택하고 또 과잉감정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성과 감정간의 관계를 잘 모르고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지나치게 이성만을 강조해 왔다. 이성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도 있지만 감정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는 더 많다. 그럼에도 이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결국 수 많은 아이디어와 논쟁만 난무할 뿐 정작 성과를 만들어 내는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성은 차가운 반면, 감정은 뜨겁다.
때로는 너무 지나쳐서 무리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적절히 통제한다면 감정은 제때 올바른 행동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차가운 이성만으로는 행동을 일으키지 못한다. 결코 이성이 감정보다 더 낫거나 차원이 높은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만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바람직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전략적 사고에도 감정을 혼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감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것 자체가 삶의 경쟁우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