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은 경관이 수려하다. 특히 양 떼를 방목하는 목장 지대로 가면 마치 세상 평화로운 알프스 초원지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방심은 거기까지. 역시 산악지역이라 날씨의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때는 항상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갑자기 멀리서 안개가 스멀스멀 끼기 시작하면 대관령의 악몽(?)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가족과 차를 몰고 대관령에 놀러 갔다가 그런 악몽을 경험했다. 그토록 아름답던 주변 경관이 갑자기 불어 오는 바람과 함께, 어느새 안개로 자욱해졌던 것이다. 전방 1-2미터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대낮에 헤드라이트를 켰지만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안개만 더 선명하게 보일 뿐이었다. 앞에서 주행하는 차의 깜박이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그 지역을 빠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안개가 잔뜩 끼면 그 어느 누구라도 속도를 올릴 수 없다. 이 길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어떤 장애물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나 조심 조심 운전할 수 밖에 없다. 기업경영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사업 환경에 불확실성이 짙은 안개처럼 끼어 있으면 누구든 성장의 속도를 올릴 수 없다. 당장의 매출 기회가 보여도 그것 때문에 값비싼 고정자산과 인력을 함부로 투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금의 매출 기회를 잡는다 해도 그 다음에도 계속 그런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고정자산과 인력을 잔뜩 투자해 놓았는데 매출 기회가 계속 생기지 않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그것이 대관령이던, 신사업이던 안개라는 불확실성이 짙게 끼게 되면 누구나 속도를 줄이고 잔뜩 웅크린 채로 조심조심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 상황이 바로 그런 양상이다. 불확실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세계경제의 성장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고불확실성/저성장의 국면인 것이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불확실성과 성장성이 모두 낮았던,그래서 ‘모든 것이 명확하지만 시장이 느리게 발전했던 시기’에서부터 불확실성은 낮으나 성장속도가 빨라서 ‘탄탄대로를 달리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기’를 거쳐, 비록 불확실성은 높으나, 성장속도는 여전히 빨라서 ‘실수를 해도 만회할 기회가 생겼던 시기’에 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 세계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를 의미하는 뉴노멀(New Normal)시대로 접어 들었으며, 여기에 최근 발전하고 있는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고 성장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한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이 가속시키는 변화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저성장의 기조와 맞물려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건 스타트업 기업이건 이런 역동의 시대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적응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