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도 생각한다. 외부의 자극이 감정을 자극하고 감정은 거의 자동적으로 신체의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몸으로도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여러 반응들이 순식간에, 자동적으로, 전혀 힘들이지 않고 일어난다. 외부의 자극, 즉 눈으로 보는 것이나, 냄새, 소리 등에 의해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은 두뇌 속에서 물결이 번져 가듯 연쇄적 연상활동을 일으키며 많은 생각들을 야기한다.
가령 어떤 단어를 보고 기억을 떠올리면 그 기억은 감정을 유발하며, 감정은 다시 얼굴 표정, 흥분, 회피 경향 같은 다른 반응들을 일으킨다. 그 다음 표정과 회피 동작은 그들이 연결되어 있는 감정을 다시 강화하고 그 감정들은 다시 그에 어울리는 생각들을 강화한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다양한 감정적, 신체적 반응을 낳는다.
그런데 최근 이 분야의 연구에서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건에 의해서도 자신의 행동과 감정이 자극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무의식적으로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에 노출된 20대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은 다른 젊은이들에 비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늙었다’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유사한 단어들은 노년에 대한 생각을 자극시켰다. 둘째, 이런 생각들은 노년과 관련된 천천히 걷는 행동을 자극시켰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노년을 자각하지 못했는데도 무의식이 그들의 행동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우리가 노인을 생각하게 되면 노인처럼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면 다시 노인에 대한 생각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즉, 생각이 행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행동이 생각을 강화하기도 한다. 생각과 행동의 네트워크 내에서는 이런 ‘상호연결’이 흔히 일어난다.
우리는 즐거우면 웃는데, 그 반대로 웃으면 즐거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많이 웃어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무의식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 만 아니라 단순하고도 평범한 행동들 역시 우리의 사고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실은 ‘전략적 삶’에 매우 중요하다.
주역의 ‘需(구할 수)괘’에는 ‘리섭대천(利涉大川)’이라는 말이 있다. ‘큰 강을 건너가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이다. 수(需)는 ‘때’를 구한다, 즉 기다린다는 것이고 ‘때’가 오면 과감한 실천적 모험(涉大川)을 통해 인생의 대업을 성취할 수 있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다. 그런데 이렇게 때를 기다리고 때가 왔을 때 과감한 실천적 모험을 감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왜 기다리는지, 기다리면 무엇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가 옳으며,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그 자체가 무의식 중에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이 목표와 전략의 성공을 향해 정렬되어 있다면 다시 우리의 자신감은 올라 갈 것이다. 전쟁터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장수가 자신의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잔뜩 품고 있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짐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전략이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하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목적과 그 목적 추구 방법, 즉 목표와 전략에 대한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믿음’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바로, ‘믿음’이 최후의 전략인 것이다.
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32)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