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더 전략적일 수 있을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인간만이 모방과 학습을 통해 문화적 유전자인 ‘meme’을 만들어 내어 생물적 유전자에 입력된 명령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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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이 불가능한 생물은 유전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그들은 학습하여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죽을 때, 그들이 개선한 것도 그들과 함께 사라지며, 그들의 자식들은 다시 유전적으로 부여 받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면, 모방할 수 있는 존재는 이미 학습으로 개선된 그들 부모의 행동을 습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방자는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창조물에서 시작하여 더 나은 개선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개선한 것을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보다 뛰어난 모델- 통상 자신의 부모나 부족의 우두머리 – 의 행동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발명할 수 없는 행동이 누적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방이 인간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와 인간의 모방 능력을 비교한 한 실험에 의하면 인간의 모방기술이 다른 종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밝혀졌다. 영장류의 대표격인 침팬지와 5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구를 활용하여 먹이를 획득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모방을 유도한 한 실험에 의하면, 영장류는 시범을 관찰하면서 어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 어떤 도구가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하지만, 어떻게 그 도구가 사용되는지에 세세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아이들은 정확하게 모방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기술도 계속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침팬지는 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있을 경우에는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침팬지에 비하여 똑똑하지 않으며, 단지 모방을 좀 더 잘 할 뿐이다. 인간의 아이들은 매우 정확하게 모방하는 반면, 영장류는 그저 흉내를 내는 정도로 모방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묻지마’식의 정교한 모방능력은 인간에게 누적된 문화적 진화를 가능케 했다.
여기서 문화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며, 교육 및 모방, 혹은 여타 사회적인 전달을 통해 다른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습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누적된 문화적 진화란 수많은 세대에 걸쳐서 전달되고 수정되어 결국 복잡한 인공물이나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은 완벽한 인공적 산물을 완성할 때까지, 부모세대에서 물려 받은 전통적 문화에 자신 세대의 혁신을 보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원시인의 ‘창’과 같은 단순한 도구도 수많은 요소로 나누어 진다. 창은 꼼꼼하게 제작된 공기역학적인 나무 자루, 돌을 깎아서 만든 날카로운 촉, 그리고 촉이 창에 고정되는 부분으로 나눠진다. 그 밖에도 창의 각 부분을 만들려면 수많은 다른 도구들이 사용되어야 한다. 자루를 다듬고 곧게 하려면 스크레이퍼와 렌치가 필요하며, 촉을 고정시키려면 힘줄을 자를 수 있는 칼이 필요하며, 돌로 된 촉을 깎아서 다듬으려면 망치가 필요하다. 이 같은 복잡한 인공물은 한 개인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세대에 걸쳐서 점차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문화 덕분에 유전자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많은 식물들은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화합물은 쓴맛이 나게 해서 초식동물들이 그 식물을 피하도록 만든다. 인간은 문화를 통해 이러한 다른 생명체의 원시적 전략을 극복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도 식물에게서 쓴맛이 날 때 먹을 수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몇몇 쓴맛이 나는 성분(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처럼)은 치료에 유용하기 때문에 병을 치료할 해야 할 때 쓴맛을 무시하고 먹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학습한다. 식물에 쓴맛을 내는 유전자는 전혀 변화하지 않지만, 쓴맛 나는 식물이 치료에 유용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전체 집단의 행동은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의 감각기관이 쓴맛을 덜 느끼게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식물이 치료에 좋다는 관념이 인간 집단에 퍼져 있기 때문에 쓴맛 나는 식물을 섭취한다. 아마도 먼 과거에 어떤 호기심 많고 관찰력이 좋은 한 원시인이 쓴맛이 나는 식물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자 그러한 효과가 끔찍하게 쓴맛이 남에도 불구하고 이 신념을 퍼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리처드 도킨스는 밈(meme)이라고 표현했다. 도킨스는 인간의 문화에도 유전자와 같이 전달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개념을 모방을 의미하는 그리스의 어근 ‘mimeme’를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이라는 단어와 유사하게 만들어 meme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양식, 단지 만드는 법, 또는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번식을 할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몸에서 몸으로 뛰어넘는 것과 같이 밈이 번식할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나 학습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매개로 하여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만약 과학자가 좋은 생각을 듣거나 또는 읽거나 하면 그는 동료나 학생에게 그것을 전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것이다. 이처럼 밈은 뇌에서 뇌로 퍼져서 자기를 복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밈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특정 방식으로 하도록 한다. 그러나 유전 명령과는 달리, 화학적으로 주입되어 있거나 염색체에 기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밈은 기능적으로 유전자와 동등하게, 인간이 따라야 할 지침을 담고 있다. 밈과 유전자의 큰 차이점은, 밈에 담긴 정보는 마음에 입력되고 해석되어 의식을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 반면 유전명령은 다소 자동적으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밈은 사회적인 모방과 학습을 통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습득된다. 모방과 학습의 공통점은 한 사람의 두뇌에 있는 정보가 어떤 행동을 일으키고, 그 행동이 다른 사람의 두뇌에 정보를 발생시키고, 그 정보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인간의 집단이 커질수록 이러한 밈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진다. 새로운 학문이나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따라서 사람들은 대안들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맘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은 유전자들의 자리 다툼 경쟁보다 폭이 넓다. 다시 말해 같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밈 사이에서만 경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그 사람이 습득하는 모든 밈들 사이에서 경쟁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그 시대 인간에게 가장 절실하고 가장 유익한 밈들만이 모방을 통해 복제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의 인간에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의제였을 것이고 이로 인해 인간에게 가장 절실하고 유익한 밈은 생존 전략에 대한 노하우였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유전자에 프로그램화 되어 있던 원시전략의 유용성이 떨어지면 우연히 터득 된 밈이 진부화 된 원시전략을 대체했다. 이것은 또한 다른 인간들에게 모방되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지식의 학습으로 더 경쟁력 있는 생존 전략으로 진화해 나갔던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들은 유전자(gene)가 아닌 문화 유전자, 즉 밈(meme)이라는 보다 뛰어난 전략 창출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이건호님이 기고한 연재물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전략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들려줄 예정입니다. 글을 보고 의견 있으면 아래 댓글 혹은 hello@performars.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