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하는 일을 주승미(주력/승부/미래)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주력은 당장 수입을 창출해 주는 일들이다. 그리고 승부는 향후 3-5년 내에 주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미래는 5년 뒤에 주력이 될만한 일들이다.
일을 이렇게 나누는 것은 ‘성장의 파이프라인’을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일이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항상 성장하고 더 나아가서는 진화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당장 돈 버는 일에만 올인해서는 안 된다. 항상 중기와 장기를 내다 보고 ‘그 때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 ‘계속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혹시 이 도구가 개인 사업자들만 위한 것이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직장인에게도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직장인도 현재 자신이 조직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주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년 퇴직할 때까지 현재 하고 있는 일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직장에서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기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것이 ‘승부 일(사업)’이 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의 ‘미래 일’은 직장 내에서 하고 싶은 일일 수도 있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주승미’라는 성장파이프라인 관리 도구는 개인 사업자, 직장인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일이나 사업의 성장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대게 긴급한 일들은 주력에서 많이 생긴다. 긴급성에 중독이 되면 주력에만 매달리게 된다. 당장 일거리가 많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주력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재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쉽게 긴급성에 중독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제일 위험하다. 일이 많고, 또 일이 재미 있는데다가 수입도 많이 창출되는 그 때 말이다. 바로 그때 주력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승부와 미래를 위해 일정 시간을 비워두어야 한다. 그래야 3년 후, 5년 후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승부는 셋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분야이다. 아직 이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가면서 일을 해야 한다. 소위 ‘승부’를 봐야 하는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는 수입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수입이 그리 크지 않다. 실력과 명성을 쌓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수입을 창출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미래는 ‘일’이라기 보다는 ‘일의 씨앗’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적어도 5년 이후에 주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일의 씨앗’들인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은 아니다. 지금 현재 뭔가를 투자해야 한다. 연구개발을 하거나 사업을 기초를 다지거나 뭔가 액션이 취해지고 있는 경우 ‘미래 일(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던 개인이던 현재 상태에서 주승미가 균형 있게 구축되어 있으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주승미가 불균형 상태에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역시 주력은 존재하지만 승부와 미래가 없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를 ‘성장 정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주력이 작동을 하는 한 별 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영원히 주력이 작동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다른 일들을 도모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이 말해 주듯 주력은 영원하지 않다. 아니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미리 생각하고 미리 투자하여 육성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균형 잡힌 주승미를 위해서는 주승미의 일들이 서로 연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승부가 주력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야이고 미래가 승부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라면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주승미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면 상당한 물적/정신적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주승미의 테마를 정하는 것도 전략적인 조치이다. 또 주력에서 승부, 미래로 갈수록 ‘해야 하는 일’이라는 속성은 줄어 들고, ‘하고 싶은 일’의 속성은 커진다면 주승미를 활용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갈 수도 있다 .
주승미, 사업이나 일의 성장 파이프라인을 관리하고 일에 있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훌륭한 전략 도구이다.
당신의 주승미는 어떤가?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는가?
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26)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