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똑똑하고 근면하다. 내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가장 늦게 퇴근을 했다. 왜 아직 들어 가지 않느냐는 나의 걱정스런 질문에 일이 많다고 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똑똑하고 근면한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도 강하다. 남들과 함께 일을 할 때는 날카로운 비판력으로 전체 작업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자신보다 뛰어난 동료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열심히 하는 사람인 만큼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
하지만 B군는 좀 다르다. 이 친구는 고집스럽다. 남들과 견해가 다르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이 친구를 처음 대한 것은 부서의 ‘전략회의’ 때이다.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자신의 견해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남들의 의견에 왜 그렇게 질투를 하는지… 그러나 이 친구도 일이 주어지면 끈질기게 파고 든다. 며칠씩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명문대 출신답게 똑똑하다. 하지만 그 아집을 버리지 않는 한 남들과 조화롭게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여러분이라면 두 사람 중 누구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겠는가? 통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A양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에 대한 인상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A양 : 똑똑하다-근면하다- 자긍심 강하다- 비판적이다- 질투심 있다.
B군 : 고집스럽다- 비판적이다- 질투심 있다.- 근면하다- 똑똑하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의 성격은 거의 차이가 없다. A양의 ‘자긍심 강하다’는 B,군의 ‘고집스럽다’와 거의 비슷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B군보다 A양을 더 좋아하는 것인가?
그것은 ‘첫인상’ 때문이다. 처음 사람을 보았을 때 느낀 인상이나 감정은 그 뒤에 느끼는 인상이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좋아한다면 그의 목소리와 외모도 좋아할지 모른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좋아하는(혹은 싫어하는) 경향을 ‘후광효과 halo effect’라고 한다.
우리는 부인할지 모르지만 현실에는 엄연한 후광효과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첫인상’은 분명 전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이다. ‘첫인상’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그 이후 여러가지 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첫인상으로 자신을 숨기라는 것은 아니다. 위의 A양과 B군도 본질적인 인간성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첫인상이 아무리 좋아도 뒤에서 드러나게 된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첫인상의 ‘후광효과’가 그야말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첫인상이 성패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한가지 특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 하다 보면 그런 특성들은 결국 다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그 중 어떤 것이 먼저 들어나느냐가 중요하다. ‘첫인상’은 그냥 좋기만 해서는 안된다. 자기에게 없는 특성으로 잠깐 자신을 위장해서 보이는 것이 ‘첫인상’의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수 많은 특성들 중, 가장 긍정적인 특성을 먼저 보이는 것이 ‘첫인상’의 올바른 전략이다. 그런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으로 강한 첫인상을 주고 나면 그 다음은 다소 부정적 특성이 드러날 때라도 긍정적 후광효과에 의해 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사람이라도 그 순서가 잘못되면 부정적 후광효과에 의해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첫인상’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35)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