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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드포워드’하라

Written by 이건호 | 18년 10월 13일

아침에 뜨거운 물줄기를 받으며 샤워를 해야 잠이 확 깬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샤워기를 틀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차디찬 물줄기가 머리에 쏟아져 내린다. 잠결에 샤워기 꼭지가 온수 방향에 있다고 착각을 한 모양이다. 얼른 꼭지를 조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로 인한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확실히 잠이 깨기는 했지만 말이다.

찬물이 쏟아지는 순간 샤워기 꼭지를 조절한 행위를 우리는 피드백(feedback)이라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피드백이라는 조절 기능이 있다. 과거에 일어난 결과를 보고 현재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거친 자연 환경 속에서 진화하기 위해 모든 생명체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했던 기능이다.

하지만 인간은 여기서 좀 더 진화했다. 오직 인간만이 미래에 대해 추론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현재의 행동에 반영할 수 있다. 이것을 ‘피드백’에 대비되는 용어로 ‘피드포워드(feedforward)라 한다. 이러한 피드포워드는 쉽게 말해 ‘결론부터 시작하라’라는 것이다. 이는 전략에서는 매우 기본이 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전략의 본질은 상대성과 불확실성이다. 미래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 어떤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 의사결정은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경쟁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하나는 ‘순차적인(sequential)방식’이다. 각자가 교대로 수를 둔다.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현재의 내 행동이 상대의 미래 행동, 더 나아가 내가 그 후에 하게 될 미래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야 한다. 또 하나는 ‘동시적인(simultaneous)방식’ 이다. 각자는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행동을 취한다. 물론 상대도 무언가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 결과도 계산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전체적인 계산이 나왔을 때,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사결정이 도출된다. 그러므로 전략을 정하기 전에,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 방식의 상호 작용을 하게 되는 상황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라 되더라도 가장 전략적인 방식은 피드포워드 즉, ‘미래를 예측한 후 역방향으로 추론하여 현재 행동을 선택하라’이다.

사실 피드포워드는 상대가 있는 경쟁상황에서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혼자 의사결정을 할 때도 매우 유용하다. 스티븐 코비의 ‘7 Habits’에도 피드포워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코비가 제시한 습관 중에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오늘부터 시작하여 최후 순간에 갖고 싶은 이미지, 모습 그리고 패러다임을 매사를 검토하는 기준과 표준으로 삼는 것이다.

나는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를 실천하기 위해 내가 죽고 싶은 모습을 상상했다. “충분히 늙은 다음, 따뜻한 햇살이 소박한 나의 텃밭에 쏟아지는 어느 봄날,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는 강아지 두 마리가 텃밭에서 한참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며 툇마루에서 책을 읽다가 너무도 졸린 사람처럼 스르르 눈을 감는다.”

그렇게 나의 삶을 마감하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것이 바로 피드포워드를 위한 질문인 것이다. 어쨌거나 그게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늙으려면 지금부터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늙어서 조그만 툇마루에 텃밭이 딸린 집 한 채는 있어야겠다. 상추며 고추며 내가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 정도라면 재산에 대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하니 돈을 버는 일 보다는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마음을 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등등. 내가 원하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지금 내 삶이 어때야 하는지 그 지침을 얻을 수 있다.

계획하고 실행하여 결과를 평가하는 프로세스에 따라 피드백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피드포워드는 예측하고 추론하여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짐승이던 인간이던 피드백은 거의 본능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전략적인 사람은 피드포워드를 더 많이 한다. 그러면 시행착오성 피드백은 줄어들게 된다.

 

당신은 얼마나 ‘피드포워드’하고 있는가?

 

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34)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