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영업팀들은 2020년 초중반을 지나며 과거엔 경험하지 못한 세일즈 환경변화를 겪어 왔다.
필자는 크고 작은 기업의 영업팀들과 급격하게 바뀐 대내외 영업환경으로 인해 영업활동 진행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비대면 환경으로 전환 되다 보니 고객과의 대면 미팅을 만들 수 없고 이로 인해 고객과 스킨십을 통한 관계 심화, 소위 '술루션 영업'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많은 세일즈팀이 목표로 삼는 매출 100대 기업의 재택근무 비중은 2023년 약 60%이다. 그나마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1년의 92%에 비하면 약 32% 줄은셈이다. (한국경총 조사)
둘째는 회사가 제품이나 솔루션들을 온라인 판매 혹은 구독 매출 모델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영업팀에게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는 데 아직 디지털 상품이나 판매를 위한 영업 프로세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례로, 국내 보안솔루션의 강자인 모회사는 기존 구축형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출시하면서 영업팀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유형의 온라인 Leads 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한동안 혼란스러워 했다.
다행히 엔데믹 전환이후, 대면 활동이 재개되고 있고 영업팀도 고객 미팅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미 비대면 미팅에 익숙해진 국내외 고객들은 영업관련 중요한 대화를 반드시 대면 미팅을 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업팀은 이제 디지털 방식으로 고객을 발굴하고, 영업기회를 검증하고, 제안하고, 심지어 전자계약까지 이루어야 한다.
대한민국 영업대표들의 적응력과 생존지능은 대단하다. 비대면 영업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한국의 영업팀들은 세일즈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 반드시 대면을 하지 않더라도 영업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영업 방법론 최적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영업 방법론은 영업대표가 영업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는 프레임워크이다.
세일즈 프로세스가 영업전개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 일련의 단계와 거리를 나타내는 지도라면, 세일즈 방법론은 영업활동에 필요한 원칙과 방향을 제공하는 네비게이션이다.
영업 방법론은 세일즈 콜 준비, 영업기회 분석, 어카운트 Upsell 등 ABM 프로세스 진행을 위해 '무엇 WHAT' 와 '어떻게 How' 를 설명한다. 고객의 니즈를 프로세스에 연결하고 각 단계를 탐색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영업 방법론은 영업대표가 처한 상황과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영업 방법론은 영업성공을 위한 실용적이고,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세일즈 플레이북 (Sales Playbook)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업 방법론은 영업조직내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고 강화해야 한다.
많은 영업조직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론으로 BANT 가 있다.
BANT는 예산 Budget, 권한 Authority, 니즈 Needs, 일정 Timeframe 을 의미한다. BANT 는 1950년대 IBM이 소개했으며 현재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BANT의 주요 목표는 영업사원이 리드를 검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여 다음 단계의 프로세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BANT는 공급자중심의 고객정보 확인 및 검증 방법론이다.
필자는 10여년 전 IBM에서 Opportunity Identifier 로서 초기단계 영업기회 검증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었다. BANT 방법론을 활용한 영업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팀들과 제안단계로 가기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BANT는 꽤 유용하게 작동해 왔다.
영업 대표는 BANT를 활용하여 사전에 잘 정리된 솔루션 포지셔닝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잠재 고객의 문제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해결책에 대한 고객의 관심을 확인하고, 영업기회 검증을 완료한 후, 고객 프레젠테이션 일정을 예약했다.
경쟁환경에 따른 변수와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객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지 못했고,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업 사원이 제공하는 솔루션 정보에 더 많은 의존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에 익숙한 지금의 고객구매여정은 어떠한가?
오늘날 잠재 고객은 간단한 포털검색, 즐겨 찾는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질문 게시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해결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고객은 영업팀에게 연락하기 전에 이미 우리의 상품과 경쟁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스스로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자체적으로 솔루션을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대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잠재 고객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와 채널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다.
실제 25개 산업의 488명의 B2B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주목해 보자.
2020년 RAIN 그룹은 B2B 구매행태 조사를 통해, 영업팀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초기단계 콜에서 고객이 명확하게 BANT 요소를 설명할 수 있다면 구매결정의 57%를 다 채우는 과정에서 프로세스에 늦게 뛰어드는 셈이다.'
이는 고객이 우리 영업팀에 연락하기 전에 솔루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개발한 것이고, 예산, 의사결정 참여자, 특정된 요구 사항 및 특정 기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구매자가 확고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비전은 이미 다른 공급업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이러한 정보의 도움을 우리의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받았다면, 매우 다행이지만...
즉, 현재 고객의 구매여정을 고려하면 BANT는 적합하지 않다.
BANT가 충분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는 BANT가 영업기회 검증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클로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2020년 RAIN 그룹의 B2B 구매행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자.
지금의 영업환경에서 영업대표는 영업성공을 위해 고객이 비전을 수립하는 초기단계부터 고객의 니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정보확인과 검증도구인 BANT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대응하기에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 BANT를 버리고, 더 고객 중심적인 영업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
고객 중심 영업 방법론은 고객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하여 잠재 고객의 요구 사항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더불어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중요한 의사 결정권자에 다가가고, 결정적인 일정과 영업 상황에 대한 파악을 해야 한다.
현존하는 영업 방법론들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 기인한다. 대부분 십수년전에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객의 구매여정상 초기단계에서 활용이 가능하고 고객의 니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선별할 수 있었다.
다음의 세가지 영업 방법론을 추천한다.
SPIN은 인사이트 셀링에 적합한 방법론이다.
SPIN은 영업 대표가 고객의 전략 수립을 위해 잠재 고객에 대해 질문해야 하는 4가지 요소를 상황 situation, 문제 problem, 의미 implication, 필요보상 need-payoff 으로 구성한다.
SPIN을 잘 활용하면, 고객의 Pain point 를 식별하고 영업사원이 고객과의 초기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또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잠재고객에게 명시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잠재고객 스스로 자연스레 도달하게 가이드 한다.
이러한 방식은 고객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데에 매우 유용하다.
고위임원 서치펌 영업대표의 대화를 예를 들어 보자.
영업대표는 사전에 고객의 예상되는 전통적인 솔루션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가정해 보고, 이를 전환시킬 수 있는 인사이트와 이에 필요한 팩트와 강력한 권장사항을 준비한다. 이를 통해 초기단계에서 고객에게 인사이트 전달자로서 포지셔닝 할 수 있다.
N.E.A.T 는 영업기회 검증 프레임워크로써 The Harris Consulting Group에 의해 개발되었다. 기존의 BANT 혹은 ANUM (Authority - Need - Urgency - Money)은 기계적인 질문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고객입장에서 일방적인 심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반해, N.E.A.T 는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활동에 촛점을 둔다.
N은 Core Needs 핵심 요구 사항이다.
피상적인 Pain point 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잠재고객의 도전 과제를 깊이 파고 들도록 촉구한다. ‘우리의 제품은 개인차원에서, 조직차원에서 그들 모두에게 어떻게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객의 생각을 알아본다.
E는 Economic Impact 경제적 영향을 나타낸다.
단순히 솔루션 자체의 ROI, 가령 '솔루션사용 고객의 조사결과 평균 300%의 ROI 를 제공한다' 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현재 상태의 재정적 영향과 변경시 얻게 될 영향을 이해하도록 한다. 고객에게 커스터마이즈드된 ROI 를 산정하기 위한 필요입력 정보와 비즈니스 Measurement 를 확인해야 한다.
A는 Access to Authority 권한에 대한 접근성이다.
대부분의 영업 프로세스에서는 CFO와 대화할 기회는 결정단계에서 이루어 진다. 고객사내 챔피언이 영업대표를 대신하여 CFO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고객 챔피언과의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해야 한다.
T는 Timeline 타임라인이다.
잠재고객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중요한 이벤트이다. 이 날짜를 놓쳤을 때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는 실제 데드라인이 아니다. 중요한 이벤트의 타임라인의 파악을 위해서는 복수의 LOB 를 컨텍해야 한다.
N.E.A.T 를 통해 잠재 고객과 공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딜 클로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이해받고 싶어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영업대표가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후속 질문을 해야 한다. N.E.A.T 는 이러한 프레임워크에 최적인 방법론이다.
MEDDIC은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고객 영업을 위한 방법론으로, SPIN의 Advanced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영업을 위해 팀기반의 세일즈를 하는 영업조직, 가령 세일즈, 프리세일즈, 컨설턴트, 솔루션 아키텍트, 제품담당자 등이 팀을 이루는 경우 어떤 잠재고객에게 집중할지 그 고객에게 어떻게 제안하는지 결정하는 데에 유용하다.
대기업 영업대표들의 이야기와 필자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MEDDIC이 적합한 세일즈 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MEDDIC은 메트릭(metrics), 경제적 구매자(economic Buyer), 결정 기준(decision criteria), 결정 과정(decision process), 페인포인트의 식별(Identify pain), 챔피언(Champion) 으로 구성된다.
챔피언은 결정을 내리는 구매자는 아니지만, 조직내 전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는 당신의 솔루션이 본인 조직의 사업환경을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회사 내 조직에 대해 매우 투명하며 당신을 적절한 사람과 연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챔피언을 확보하고 육성하려면, 그의 관심 주제와 그 사람이 묻는 질문을 관찰해야 한다. 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정보나 문서를 제공하거나 요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콜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MEDDIC 을 통하면, 세일즈 관련 팀들이 수개월간의 고객 인터랙션을 통해 고객중심적인 공통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마케팅팀은 고객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자료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영업 관리자는 사용자 및 조직 구매자와 더욱 쉽게 연락하여 더 효과적인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솔루션팀은 고객의 상황에 더욱 커스터마이즈드된 설득력 높은 제안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업팀에게 더 높은 성사율과 더 나은 수익을 보장해준다.
Next Steps
혼란스런 영업환경에서도 원하는 세일즈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면, 이에 걸맞는 고객 중심의 영업 방법론을 구축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해야 한다. 방법론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설계하고 참조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며, 관련된 고객과의 대화를 기록하여 360도로 분석할 수 있는 CRM을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