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인문학 리스크 성장전략

매는 먼저 맞는 것이 확실히 전략적이다 (feat. 리스크)

Risk Ahead blue road sign

옛날 속담 중에는 전략적 의미를 내포한 것들이 참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조상들이 살아가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삶의 지혜가 담긴 것이 속담이니 거기에는 당연히 일상 속에 유용한 전략적 지혜들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속담을 살펴 보자. 국어 사전을 뒤져 보면 ‘이왕 겪어야 할 일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괴롭더라도 먼저 치르는 편이 낫다’는 의미로 풀이되어 있다.

 

이 속담에서 찾아 낼 수 있는 전략적 교훈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테니스 선수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첫 서브는 과감하게, 두 번째 서브는 조심스럽게 한다. 첫 서브에서 폴트를 범해도 스코어를 잃지 않는다. 또 한 번 서브해서 회복할 기회가 있다. 이렇듯 리스크를 일찍 감수하는 것은 ‘커리어 관리’에서든 ‘투자’에서든 심지어 ‘데이트’를 하든 유용한 전략이다.

 

Risk Ahead blue road sign

 

이처럼 리스크를 일찍 감수하는 것이 리스크를 늦게 감수하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낫다. 축구를 예로 들어 보자. 축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은 점수를 잃을 각오를 하고 과감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점수를 잃는 것이 리스크 자체는 아니다. 리스크를 감수한 행동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당연히 점수를 잃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만 만약 상대가 만만치 않아 점수를 잃게 된다면 후반보다는 초반에 점수를 잃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래야 동점이나 역전의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높아 진다. 선수들의 사기도 마찬가지이다. 후반 느지막이 점수를 잃으면 사기가 더욱 떨어지지만 전반에 점수를 잃게 되면 오히려 골을 넣어야 한다는 동기가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볼 때, 리스크가 있는 공격은 초반에 감행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일찌감치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을까? 왜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막판에 덜컥, 리스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일까? 회복할 시간도 모자라는 막판에 말이다. 그것은 리스크를 전혀 감수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위 ‘無 리스크(risk-free)’상황을 추구하다 보니 막판에 몰려서 리스크를 떠 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리스크를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無 리스크’ 상황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無 리스크’가 현실에서 가능하고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면 ‘매는 안 맞는 놈이 장땡이다’라는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피하려고 요리조리 요령을 피워 보았지만 결국은 맞게 되더라’라는 시행착오를 통해, ‘그러니 괜히 공포감에 떨며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먼저 맞고 회복할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하더라’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런 지혜를 담은 속담이 생겨 났고 또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이다.

 

Portrait of child with airplane traveling toy in double exposure

 

그럼에도 여전히 ‘無 리스크’를 추구하는 것은 전략과 용기가 부족한 탓이다. 막연히 나에게는 ‘리스크’가 오지 않겠지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맹수들이 나를 못 보고 지나치겠지 하고 희망하는 어리석은 타조와도 같은 모양새이다. 일상의 전략가들이라면 다르게 생각을 해야 한다. 매 한 두 대 맞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골을 먹었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를 감수한다고 게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위를 통해 그것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 리스크 때문에 게임에서 패배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배할 때 조차도 최소의 피해로 패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가 바로 진정한 전략가이다.

이건호
퍼포마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대표. 이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전략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펑타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다양한 강연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마케팅, 4차산업혁명 대응 및 중국시장전략 등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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