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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매몰 비용

Closeup image of a man giving credit card to waiter in cafe

어떤 삶이던지 과거에 의해 현재가 영향 받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사람들은 그런 모든 영향들을 자신의 현재의 삶에 반영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피드백 효과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본능 적으 로 피드백 시스템을 가동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한다.

죄책감, 분노, 자부심과 같은 감정도 주로 과거의 경험, 사건 등과 연관되어 나타나기 쉽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이 피드백 시스템 하에서 허용 가능한 정도를 넘게 되면 우리의 삶에 장애가 된다.

즉 현재의 삶이 과거에 의해 발목 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발목을 잡히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정형화' 인 것이다. 이렇게 죄책감, 분노, 자부심 등에 의해 정형화되는 수준에 이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보게 된다.

가령 그대가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고 하자. 식당은 방침 상 선불이라고 해서 음식값은 미리 치렀다. 그런데 몇 분 뒤에 나온 음식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환불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주인의 인상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데다가 그대의 입맛이 까다로운 탓도 있는 것 같다.

Closeup image of a man giving credit card to waiter in cafe

실제 상황이라면 나온 음식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것들 대충 먹고 일어서는 것이 통상적인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나오거나 먹고 나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자. 그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손해를 보고 나올 것인가, 아니면 본전 생각에 맛없는 음식이라도 다 먹고 나올 것인가?

여기서 ‘매몰비용 sunk cost’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미 치러진 음식값이 바로 매몰비용인 것이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맛이 없는 음식이라도 먹으려고 한다. 어쨌든 먹으면 배는 부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식당은 두 번 다시 안 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목적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미 매몰된 비용 때문에 더 큰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이 된다. 그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도 육체적 감정적 손실이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다른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치기 때문에 전체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의 손실 = 이미 지불한 음식 값(매몰비용)+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손실 + 입맛에 맞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손실(기회비용)

 

그렇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발생한 경우에 가장 현명한 대처 방안은 매몰비용은 잊어버리고, 그 이후부터의 비용과 이익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앞의 경우에도 이미 치른 음식값을 잊어 버려야 한다. 마치 음식이 공짜로 나온 것처럼 생각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식당에서 음식이 공짜로 나왔는데, 그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주인의 호의에 대해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냥 일어나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입맛에 맞는 다른 음식을 좀 더 신중하게 골라서 식사를 하려고 할 것이다. 매몰비용이 있는 경우에도 그런 식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전략적이다.

그러나 매몰비용이 단순한 한 끼 식사 값일 경우에도 주저주저하게 되는 판국에 매몰비용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그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에 얽매이기 쉽다. 그렇게 되면 결국 먼저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한 가장 흔한 예시가 바로 도박에서 '본전 생각'이다. 도박에서 큰돈을 잃는 것은 바로 그 본전 생각 때문이다.

Birds on powerlines

따는 것은 고사하고 잃은 부분이라도 만회해서 본전은 회복해야지 라는 생각에 ‘한판 더, 한판 더’하다가 가진 것을 모두 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처음에 잃은 돈이 바로 매몰비용인 것이다.

죄책감, 분노, 자부심 등도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매몰비용)이라 돌이킬 수 없는데, 그것을 자꾸 현재로 불러내어 지지고 볶는 것이다. 매몰비용을 살리려고 하면 더욱 많이 손실을 봐야 하듯이, 과거의 경험과 사건을 현재에 떠올리면서 죄책감과 분노를 느끼면 스스로는 더욱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는 자부심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성공이나 승리에 도취되어 현재에도 계속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것 역시 손실을 가져온다. 매몰비용은 길고 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치러야 할 최소한의 비용이라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이건호
퍼포마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대표. 이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전략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펑타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다양한 강연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마케팅, 4차산업혁명 대응 및 중국시장전략 등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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