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세계각국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을 모범사례로 벤치마킹 삼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한국의 진단키트나 방역물품 등 물자지원을 요청하는 국가들도 있다. 적어도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방역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이 그러하다.
현재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중 상당수는 한국기업들이 평소에 해외마케팅의 대상으로 삼아온 곳들이다. 비 일상적 환경에서 드러난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은 해외시장에 대해서 평소에는 알 수 없는 귀중한 인사이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마케터가 흔들리는 땅 아래만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자.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국가별 마케팅 전략 을 고려해 보자.
스웨덴
과감하게 매우 다른 정책을 전개중이다. 차단하거나 격리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책의 골짜다. 소위 국가적 '집단면역(herd immunity)’ 실험이다. 정책이 다수의 의견 혹은 여론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때,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책은 다소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홉스테드 Geert Hofstede 의 다문화차원 연구결과 - 관련 글 참조 에 따르면, 불확실성 회피성향(UAI)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낮은 불확실성 회피성향과 짧은 권력과의 거리(PDI)는 높은 혁신 innovation 수준의 토대가 되는데, 스웨덴이 여기에 속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개인주의 성향(IDV)은 높은 수준이며, 사회적 통제기준에 따르기 보다는 즉각적 욕망이나 행복에 대한 가치추구(IND)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개인주의적이고, 불확실성을 마다하지 않으며, 즉각적 행복에 절대만족하는 성향은 새로운 브랜드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단, 브랜드를 구매하기 전 상당한 수준의 자세한 정보를 요구한다.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소셜을 통한 입소문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전적으로 개인화된 마케팅 전략이 들어맞는 시장이다.
프랑스
자유롭고 낭만적이고 자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유럽의 어떠한 국가보다도 높은 프랑스 국민들은 오히려 코로나19 방역상황에서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모양새이다. 마크롱 행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하는 등 초강수를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보편적 의지를 가진 인민주권을 주창하고 성공시킨 (프랑스)대혁명의 본산다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홉스테드에 의하면, 프랑스는 개인주의 성향(INV)이 강하다. 또한, 불확실성 회피성(UAI)이 한국만큼 매우 높다. 특이할 점은 프랑스가 유럽에서도 드물게 권력과의 거리(PDI)가 긴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인사조직론에서 프랑스는 주변국들에 비해서 더 중앙집권적인 조직으로 여겨진다. 또한, 협상스킬이 탁월하여 강력한 영업조직을 가진다.
실례로, 2000년대 초반 프랑스 기업인 까르푸(Carrefour)의 글로벌 전략은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조직으로서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유통포맷을 빠르게 확산시킨 바 있다. 영국계 기업인 테스코(Tesco)가 각 국가시장별 다양한 유통 포맷을 현지 파트너들과 타협하여 확장한 사례와 비교된다.
오히려, 이러한 문화 및 역사적 자긍심에 기인한 의식수준과 중앙집중화된 조직문화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때 다소 유연하지 못한 성향으로 표출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생활양식의 변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서비스 매뉴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사는 파리 디즈니랜드 개장 초기에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도쿄 등에서 운영하던 음주불가 (no alcohol)정책을 시행했으나, 많은 고객불만과 매출감소를 야기한 바 있어 1년이 지나 정책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 식사에 와인 등 마실거리를 곁들이는 생활양식의 변경에 대한 거부를 다수의 저항으로서 보여 준 것이다.
즉, 프랑스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니즈 충족이 아닌 사회적 요인들까지 고려한 다소 의식적인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인식하는 의식수준에 더해 문화적, 역사적 서사와 사회적 가치까지 제안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
대응이 늦은 감이 있지만,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도 최강대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선에 맞물려 정치적 의도가 강력하게 반영된 역대급 부양책들이 나오고, 또한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힘겨루기 양상도 있어 보인다.
대응책으로 생겨난 풍부한 유동성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한다.
홉스테드에 따르면, 미국은 개인주의성향(IDV)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질적인 보상가치(남성성, MAS)를 중시하면서도, 불확실성(UAI)을 일부러 회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동인(LTO)이 보다 단기적으로 현재를 즐기면서 즉각적 욕망에 대한 가치추구(IND)성향이 강하다. 유동성이 소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2주간 1천만명이 실업자가 되었다. 언론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일자리의 절반이 2 주만에 증발해 버렸다고 한다. 기업과 노동자간 좀 더 자유로운 고용-해고문화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개인주의 - 단기적 시간가치 - 성과지향' 등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에서 '잊혀질 권리'나 GDPR 등이 시행되면서 과도한 정보노출 혹은 감시로부터의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는 반면, 미국 소비자들은 극도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정보를 오픈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그 시점에서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트레이드오프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내 광고 심리학 분야에서 이미 이와 같은 시도는 수도 없이 많고, 그 성공 또한 탁월하다. 오프라인에서 매장의 분위기, 음악, 시각, 향기, 온라인에서의 예측분석, 디자인, 가격, 카피라이팅, 톤앤매너 등 미국시장은 결국 소비자 심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디테일의 힘, 적어도 디지털마케팅만큼은 그러하다.
고객중심 마케팅을 위한 사회문화적 관점
얼마전 친한 지인이 이런말을 전했다.
"지금 같이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업의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기업이, 마케터들이 본질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관점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의 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보다 다차원적인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해외시장의 고객과 소통하려 한다면 사회문화적(Socio-cultural)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는 오랜시간 내재되어 생활양식, 행동, 언어, 철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코로나 확산 상황이 진정되고, 언택트(Untact)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을 때,
문화적 이해를 가진 '인간적'인 소통을 실행하는 글로벌디지털마케팅만이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