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약 30만년전부터 3만여 전까지 유럽과 서아시아 등지에 거주하며 지구를 지배 해 왔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8만여 전부터 1만2천여년 전까지 전 지구에 걸쳐서 번성해왔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는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든가, 질병에 의한 절멸 혹은 근친교배로 인한 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멸종 했다는 것은 주된 이유로 알려져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우수한 신체조건, 용맹함, 높은 지능을 가졌다. 또한 정교한 석기와 도구를 사용했고, 매장하는 풍습을 지니고 있었으며, 언어도 구사하는 등 문화적 수준 역시 호모 사피엔스에 뒤지지 않았다.
이러한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성과 두뇌 발달 간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신체구조는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우월했다. 골격이 큰 근육질 몸에 뇌도 10% 더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크면 지능도 그만큼 높은데, 특히 주로 시력을 담당하는 뇌가 더 발달해서 시각 정보 처리를 통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추측컨데, 이러한 우수한 신체 조건에 더해 몸집이 큰 동물들을 야간에 근거리에서 사냥을 감행할 수 있도록 야간시력 능력이 강화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들의 뼈 화석에는 부상과 골절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 용량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약간 적지만 앞부분인 전두엽과 두정엽이 더 발달해 있다. 이는 사회적 관계 능력과 밀접한 부분으로서, 호모 사피엔스는 큰 집단에 속해 살면서 공동체 협력과 친화적 의사소통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10명 남짓 가족 단위의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백 명 이상이 모인 집단을 형성하여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요컨대 호모 사피엔스가 최종 승자가 된 비결은 육체적 강인함도, 개별적 지능 수준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높은 사회성을 통한 연대와 소통, 그리고 집단지성의 혁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50명을 뛰어넘는 결집의 비결은 바로 ‘법적 허구 (Legal fiction)’의 작동이다. 즉,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국가기관과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는 공통의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고, 회사는 집단적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 진다. 이러한 가상의 실재는 점점 몸집을 불려 현실 실체, 즉 인간의 생존이 가상 허구의 자비에 좌지우지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집단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회사의 비전이 아침에 눈을 뜬 후부터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직장인의 삶을 지배한다. 이 인위적 법적 허구안에 각종 감정, 온갖 에너지, 다양한 스트레스가 결집되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먼 미래에 호모 사피엔스를 완전히 멸종시키는 신인류가 나타난다면, 그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자연스런 네트워킹 용량이 그 힘의 근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릴 때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열정적인 응원 함성이 가득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잉글랜드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마치 출생 신고를 하는 것처럼 아이를 구단의 서포터로 등록 한다. 열정적 함성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결정된 서포터로서의 일종의 맹목적 사랑의 표출이다. 프리미어리그나 2~3부 리그에 들지 못하는 지역 중소 구단이 성적이 나빠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잉글랜드 축구리그는 미래에 충성고객이 될 잠재고객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확보한다.
가상의 실재이자, 그 중심엔 살고 있는 지역과 지역 영웅신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컬트’ 마케팅의 전형이다.
이미 유니콘 기업들이 된 우리가 잘 아는 커머스 플랫폼,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한다. 플랫폼 기업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고객과 ‘더 좋은’ 관계를 원한다.
5만여년전에 발생된 인지 혁명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가상의 신화를 창조하고 이를 언어로 상세하게 전파함으로써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디지털 시대에서 가상의 신화는 고객이 중심이 된 스토리텔링이고, 디지털 고객은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안정적 관계 150명을 훌쩍 넘기며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느슨하지만 강력한 연대를 이룬다.
기업과 고객간의 관계는 고객이 그 중심이 되어, 고객 스스로 관계설정과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를 주도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맹목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더 가치있는 소비와 행동의 의미를 찾는다. 소비 뿐 아니라, 가정에서 일터에서 모자를 바꿔 써가며 인격체로서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는다. '가상의 실재' 로부터 자아의 의미, 일의 의미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2021년 자본주의 본진인 미국에서 발생된 '대퇴직 The great resignation' 은 코로나 확산에 맞물려 '나로부터 일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된 것' 부터 시작되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공감대와 선호가 생성되고 이는 헌신과 약속을 맺는 관계가 된다. 고객이 기업(혹은 브랜드)에게 나타내는 헌신과 약속은 정서적, 지속적, 규범적 관계로 범주화 된다. (John P.Meyer, Natalie J.Allen, 1991)
고객은 온종일 브랜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정서적 몰입이 되려면 기업으로부터 독점적인 것들이 더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고객이 Apple과 맺는 관계가 여기에 해당된다. 고객은 회사를 먼저 선택하고 최신 제품을 무조건 구매한다. 이들은 새로운 iPhone이 출시될 때마다 비용에 관계없이 엄청난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Apple 제품은 Samsung 보다 비싸지만 항상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한다.
고객은 회사에 대해 그다지 깊은 인상을 갖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인식한다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다. 이는 마케팅의 소위 ‘Buzz’ 효과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고객이 Microsoft와 맺는 관계가 대표적이다. Microsoft Office나 Windows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고객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일관성과 가성비 때문에 회사와 관계를 맺는다.
고객이 자신의 의지에 반하지만 상품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규범적 관계는 보통 더 나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고객이 행복해 하지 않는 관계이며, 관계가 종료되기 전 마지막 단계로 포기될 높은 가능성을 내포한다.
과도한 요금으로 유명한 Adobe 가 여기에 해당한다. 단일 소프트웨어를 구독하거나 모든 소프트웨어에 액세스해야 한다. 연간 기준으로 월 3.9만원에 라이선스 하나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월 9.2만원에 20종의 라이센스를 모두 사용하는 플랜을 구매해야 한다. 업계 표준 소프트웨어이므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매년 설날, 추석날이 되면 문자메세지로 카톡으로 부지런히 덕담과 안부인사를 보낸다. 자연스레 카톡을 보낼 수 있어 무소식의 뻘쭘함을 날려버릴 일년에 한 두번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도체 수급 이슈로 좀 뜸해졌지만, 부지런한 자동차 영업대표는 잊을 만 하면 어김없이 잘 정돈된 장문의 문자메세지로 신차 프로모션 소식을 전한다. 지금도 셀 수 없는 기업들은 뉴스레터, 푸시알림, 친구톡 등 관계 생성을 원하는 메세지를 수시로 보내온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관계설정은 고객에 대한 브랜드 투자의 결과물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 혹은 일거에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통한 관계 형성은 좀처럼 좋은 관계로 이어지지 않고, 광고비 중단과 함께 거품처럼 사라진다.
기업은 최신의 CRM 고객관계관리 도구를 활용해서 더 스마트하게 관계 설정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관계 맺기의 왕도는 없다.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고객이 브랜드와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고객 스스로 관계의 의미를 부여할 만큼 '가상의 실재와의 연관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해 고객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 사람이 가진 '삶의 의미', '일의 의미', '미래의 물음', '현재의 문제' 같은 것들이다. 그래야만 고객은 공감이 되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부여하게 된다.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당신의 고민과 문제를 다 알고 있어, 우리의 솔루션을 사용해 봐' 식의 섣부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은 관계 맺기는 커녕, 관계 이탈로 가는 지름길이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상황을 이해해 주는 회사/브랜드와 관계유지를 원한다.
고객관계 형성의 시작은,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감하는 것이다.
이 것이 수만년간 이어 내려온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유산인 연대를 위한 친화적 고객관계관리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