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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의 재미 있는 전략 이야기] 인간이 가장 전략적인 이유 2 - '의식'의 출현


두 번째 진화 단계는 스스로를 성찰 할 수 있는 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나서 생물적, 문화적 유전자의 명령을 극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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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양한 감각기관이 흡수하는 정보를 고찰하고, 그 과정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멋진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 능력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서 그것이 무엇인지 거의 생각도 하지 않지만,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만이 성취한 일로서, 지구의 장구한 역사에 비하면 최근에야 일어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인식이나 의식이나 자아나 영혼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기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의식이라는 존재는 진화의 역사에서 언제, 어떤 계기로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 고작 3,00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이전에는 생각과 감정이 의식의 통제 없이 스스로 마음을 거쳐 갔다는 말이다. 그리스 전사나 수메르 성직자가 본능과 관습을 따랐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신이나 영이 보낸 것이라고 여겼다는 주장이다.  몇 해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300’에서도 스파르타의 레오디나스 왕은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자신과 참모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지 않고 동굴 속에 사는 ‘신의 대리녀’, 우리로 치자면 무당에게 물어 보고 신의 말씀(?)대로 따르는 장면이 영화 초입에 나온다. 수많은 역사서들이 그 장면은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만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문명

 

줄리언 제인스는 자신의 저서인 ‘의식의 기원’에서 인간의 의식이 뇌의 구조에서 파생되는 산물이라거나, 형이상학적 고안물이라는 기존의 견해를 모두 부정하고, 의식은 인간의 언어에서 파생된 산물이며 그 기원은 B.C 1000년경에 발생한 사회적 혁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초기 정착단계에서 문명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사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좌뇌와 '신의 목소리'를 듣는 우뇌로 구분된 양원적 정신(bicameral mentality)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신의 목소리'란 오늘날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서 들리는 환청처럼,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명령하는 뇌의 작용을 말한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터득하게 된 이런 환각과 환청은, 고도로 위계적이고 정태적인 사회 체제하에서 문명의 발달과 존속을 보장해 주는 장치였다. 성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숱한 문헌들에 기록된 신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양원적 인간들은 결정을 내릴 때 오늘날의 사람들처럼 의식적인 심사숙고가 아닌 우뇌로부터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복종하였다. 

그러나 은유적 언어의 발달, 고대 세계를 덮친 민족대이동으로 인한 혼란, 문자 사용의 보편화에 따른 청각적 환청의 약화 등으로 인간은 점차 주관적 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로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양원적 정신으로부터 주관적 의식으로의 전환이 완료되는 시기는 기원전 7세기 경으로 추정되며, 이때부터 ‘정의(Justice)’라든가 정신과 같은 추상적 의식에 관한 단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론을 통해 볼 때, 의식은 유전자적 명령보다 훨씬 뒤에 형성되었으며 아마 문화적 유전자인 meme보다도 뒤에 생겼을 것이다.

Happy friends in the park making human pyramid on a sunny day

 

그런데, 어째서 이 사건이 그토록 중요한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식이 없으면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신경계통에 주입된 명령을 따라 가거나 meme을  통해 획득된 문화적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 성찰 능력이 있기에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명령 프로그램을 짜고, 이제까지 유전자적 프로그램에 없던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난 후, 인간은 개개인이 자신을 이기심이 있는 독립된 존재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생물적 유전자와 문화적 유전자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기만의 꿈을 꾸고, 개인적인 목표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즉, 의식적으로 미래의 불확실한 환경과 경쟁에 대한 대응책인 ‘전략’을 개발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를 해 보면, 인간은 초기부터 집단을 이루었기에 집단 내외부의 투쟁에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전략에 대한 필요조건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토양 위에서 모방과 학습을 통해 생물적 유전전략을 극복하는 meme을 창조하였고, 이를 ‘의식’을 통해 자신의 이익에 맞게 수정/보완해 더욱 강력한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략의 진화에 대한 충분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무의식적인 원시 전략을 뛰어 넘어 의식적으로 전략을 창조해 내는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가장 전략적 생명체로 진화시킨 전쟁의 역사를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빠져 나온 전략이 의식의 세계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 보도록 하자.

 

이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이건호님이 기고한 연재물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전략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들려줄 예정입니다. 글을 보고 의견 있으면 아래 댓글 혹은 hello@performars.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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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퍼포마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대표. 이전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전략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펑타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다양한 강연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애자일마케팅, 4차산업혁명 대응 및 중국시장전략 등에 관한 전문성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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