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16)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살면서 가늠해 보아야 할 것은 여러 가지 이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내게는 한 해 동안 얼마나 ‘진화 했느냐’ 는 것이다. 다윈의 말을 빌자면 진화는 세대를 이어 발생하는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키만 크는 내 아들 녀석과 먹기만 하면 살로 가는 나를 보면 그것을 느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살아서 자신의 삶 속에서 진화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물려 받은 gene(생물적 유전자)과 meme(문화적 유전자)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성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리드해 갈 때 가능하다.
우선 gene은 조상들로부터 물려 받은 생물적 유전자이다. 그런 생물적 유전자로 인해 우리는 운명처럼 정해진 외모를 가지게 된다. 외모뿐만 아니라 gene은 우리의 생활 습관에 온전히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수만 년 수렵채집이라는 거친 시대에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gene이기 때문에 환경이 바뀐 현대의 생활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장 대표적으로는 비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부정적 결과를 발생시킨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수렵채집 시절에 gene은 인간의 생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먹을 것은 다 먹도록 ‘식욕’을 불러 일으키고 들어온 음식은 지방으로 전환하여 저장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현대에는 먹을 것이 풍족하기 때문에 이런 gene의 명령을 액면 그대로 따라하면 ‘비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초보적인 진화는 이러한 생물학적 gene의 부적절한 명령을 현대의 환경에 맞게 해석해서 처신하는 것이다. 다이어트 역시 진화를 위한 일환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 진화이다. 바로 문화적 유전자인 meme을 극복하는 것이다. 문화적 유전자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집단에- 좁게는 가정, 학교 넓게는 사회, 국가- 만연해 있는 문화적 습관, 사상 등이다. 물론 모든 meme이 극복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지 못한 meme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meme들이 한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한계를 씌우기도 한다. 집안이 가난해서 형제가 모두 대학을 다니지 못한 경우, 대학은 커녕 고등학교만이라도 제대로 졸업하면 정말 다행이다라는 집안의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그 보다 훨씬 출중함에도 결국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채 집안에서 정해준 meme에 맞는 인생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비록 자신이 물려 받은 meme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에 풀칠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도 다행스런 인생이다’라는 것이지만, 진화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meme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에게 투자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끼 코끼리가 어른 코끼리가 되어도 어릴 때 자기를 묶어두었던 얇은 줄을 끊지 못하는 것도 meme의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경우라면 그러한 자신의 정신적, 문화적 한계에 묶어둔 낡은 새끼줄을 끊고 더 큰 세상으로 두려움 없이 떨쳐 나가는 것이 두 번째 진화인 것이다.
한 해를 살고 나면 적어도 나는 어떤 진화를 얼마나 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매년 진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퇴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가늠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올해는 어떤 진화를 시도해야 할지 찾아 내고 실천에 옮기는 그런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전략적인 삶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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