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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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2월 15일

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5)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황소개구리를 아십니까?

우리는 그저 생태계를 파괴하는 나쁜 외래종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황소개구리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많을 것입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생식력도 뛰어난 것은 그저 자신의 타고난 유전적 능력일 뿐인데, 그것이 왜 죄가 되어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그런 항변을 한다면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습니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의 존재가 기존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뛰어난 역량으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죽게 되고 이로 인해 터전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그것은 궁극적으로 황소 개구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나면 결국 자신도 굶주림에 시달려야 할 테니까요.

황소개구리

사람들 중에도 황소개구리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를 가던, 무슨 일을 맡던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유능한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향으로만 밀어 부치려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방향이 객관적으로 봐도 옳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차피 다른 사람들과 토의를 해 봤자 자신이 원래 제시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테니- 역량이 떨어지는 동료, 선배, 후배들 의견 무시하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밀어 부치는 사람들이죠. 자신은 전략을 창조하고 나머지는 실행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뛰어난 전략가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전략적일까요?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역량이 뛰어난 관계로 동료나 심지어 선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게 마련입니다. 역량이 모자라는 것도 억울한데 게다가 무시까지 당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이 이 사람의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려고 할까요?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 그 생태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함에도 시스템 전체가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결국은 조직 생태계를 메마르게 하는 황소 개구리입니다 

스스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스스로 황소개구리가 아닌지 돌아 보세요.

winwin

효율성 제고는 적당히 하시고 그보다는 생태계 자체를 보존하고 더 나아가 키우는 쪽으로 에너지를 돌리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으세요. 여기에는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쓸데 없어 보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 갑니다만,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전략입니다.

손자가 말한 완벽한 승리(全勝),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는 오늘날 오직 ‘win-win 전략’으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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