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이건호의 인문학 칼럼 (13)
저자는 퍼포마스 대표파트너로서 4차산업혁명 및 중국시장전략 전문가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자문, 저술,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북경에서 상해로 가는 노선에서는 심한 난기류를 만날 때가 많다. 내가 그 길을 자주 가는 탓도 크겠지만 연료를 아끼려고 항공기가 안전고도까지 뜨지 않는다는 둥 믿거나 말거나 식의 루머가 많다. 어쨌거나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네 삶이 마치 난기류에 흔들리는 비행기 같지 않느냐고. 때로는 전방 몇 킬로미터 앞에 난기류가 눈에 보이는 상황, 승무원들에게 마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꽉 매라고 방송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심하게 흔들릴 때도 있고 가볍게 흔들릴 때도 있지만 공중에 떠 있는 이상 언제 어떤 난기류에 부딪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 속에 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 1997년과 2009년에는 경제위기로 심한 난기류에 시달린 셈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다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심한 난기류 말이다.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추락시킬만한 난기류를 경험한 적은 없다. 그러나 마음은 매우 불안하다. 정작 몸은 차량이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보다도 편하지만 마음이 불안하니 몸도 불편하다. 지금도 그렇다. 작금의 한국은 정치, 군사, 경제 그리고 사회가 다 불안정하다. 언제 난기류가 닥칠지 모른다. 아니 이미 심한 난기류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나빠지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하려 한다. 이처럼 비행기가 난기류에 흔들릴 때,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불행히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다만 배포가 크다면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물에 빠졌을 때 몸에 힘을 주지 않으면 가장 잘 뜨듯이 말이다. 이 때는 ‘바람 앞에 등불’이 아니라 ‘바람 앞에 들풀’이어야 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내맡겨 두어도 풀은 꺾이지 않는다. 등불은 쉽게 꺼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난기류를 잘 견딘다 해도 언제까지나 난기류 속에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난기류의 영향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품질 높은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지 않는가. 평온한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면 모를까 공중에 떠 있는 이상, 언제 난기류를 또 만날 지 모른다. 늘 불안하다.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닐까. 착륙을 하면 주도권은 내가 쥐게 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허공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주도권을 쥐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오늘도 북경에서 상해까지 난기류가 심해서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상해 홍차우 공항에 도착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난기류를 만나는 것이다. 격납고에만 있다면 가장 안전하겠지만 누구의 말처럼 비행기는 격납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심한 난기류에 흔들려도 결국 비행기는 날아간다. 그리고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하고야 만다.
우리도 언젠가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세상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러니 삶에서 만나는 난기류를 두려워 하지 말자. 다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바람 앞에 들풀’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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